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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홍콩 주식 사기 썰 (1)/해외주식/작전세력/사기

퇴근길에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름이 한자로 된 사람이 나한테 인스타 팔로우를 했다는 소식에 신기해서 나도 맞팔을 했더니 DM으로 연락이 왔다.

내가 중국어를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영어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난 예전부터 외국인과 대화하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이런 식의 대화가 이어지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 

이렇게 영어로 어느 정도 대화하다가 자기는 라인이나 위챗을 주로 사용한다며 그 어플을 사용해볼 생각이 없냐며 넌지시 말을 꺼냈다.

그런데 확실히 외국인과 대화할 때 라인이나 위챗이 좋긴 했다. 자동으로 번역이 되니까.

한국어는 중국어로, 중국어는 한국어로 자동으로 번역해주는 기능이 있어서 서로 자기 말로 이야기해도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다. 번역이 아직 완벽하진 않아서 가끔 번역이 이상하게 되긴 하지만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서 다시 확인하면 된다. 

이렇게 일상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내 연봉을 묻더니 자기는 연 1억 5천 정도를 벌고(=백만 HKD), 포르쉐를 탄다고 한다. 그 수익이 사실이든 아니든 나와는 상관이 없기 때문에 그냥 믿기로 했다. 어떤 일을 하고 있냐고 물으니 자기는 마카오에 있는 증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투자를 통해 그 정도를 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VIP에게 제공되는 고급 정보들을 잘 알고있기 때문에 이런 정보들을 통해서 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그 정보들을 나에게도 공유해 줄 테니 홍콩 주식을 살 수 있는지 묻기 시작했다. 한국 증권사에서도 홍콩 주식을 살 수 있을 거라며 시간이 되면 확인해보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호기심이 생겨 해외 주식에 대해 알아봤다. 해외 주식 거래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난 유안타증권을 사용하는데, 앱에 해외거래 쪽을 살펴보니까 주식거래를 하겠다는 버튼을 클릭만 하면 환전 후 바로 주식을 매수/매도할 수 있었다. 

그런데 투자를 할 때 아무 정보도 없이 사란다고 다 사면 크게 망할 수 있다는 건 기본 상식이기 때문에, 얘가 주식 쪽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이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06060(중안보험)이라는 주식을 시험 삼아 한 번 사보라고 연락이 왔다. 그런데 난 아직 해외거래 등록도 하지 않았고, 당장 투자할 돈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넘겼다. 

그러고 며칠 후 이 주식이 급등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자기는 이 주식의 가격이 급등하기 전에 투자해서 이미 돈을 벌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솔깃했다. 

이렇게 이야기해주는 정보들이 사실이라면 나도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이 주식을 사라고 이야기했을 때 정말 내가 샀더라면? 백만원만 투자했더라면?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생겨났다. 백만 원만 투자해도 삼십만 원은 벌 수 있을 정도의 급등이었기 때문. 

그러자 이 친구가 연 1억5천만원을 번다는 이야기가 거짓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며칠 후 다시 새로운 종목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자기 은행이 의도적으로 그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기 때문에 위험성은 적으면서 일주일 내에 1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종목이라 했다. 

홍콩 시장을 테스트하기 위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종목 하나가 가격이 오른다는 이야기인지는 알았다. 그러면서 투자는 투자한 금액에 비례해서 벌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돈을 준비해 두라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말했다. 

잘 모르는 종목에 대해서 전재산을 투자할 생각은 없기 때문에 100만 원 정도 투자해보기로 결심했다. 돈이 없다고 이야기를 해도 어떻게든 돈을 구해서 투자하라고 권유했다. 이 기회는 항상 오는 것이 아니며, 투자한 액수에 비례해서 돈을 벌고, 이 주식은 안전하고 확실한 이득을 보장한다는 말과 함께.

SUOXINDA라는 주식을 추천해줬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 소식을 듣고 시험 삼아 백만 원 치 구입을 해봤다. 홍콩 주식을 사려고 하니까 단위가 2000주씩 거래되길래 4000주만 구입했다. 

자기는 이미 이 주식을 샀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계산해보니 한화로 1억8천만원이었다.

'이렇게 투자하는 걸 보니 정말 오르는 건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퇴근시간이 될 무렵 메세지가 왔다.

'지금 너는 이미 돈을 벌고 있다'

 

오전까지는 전날 대비 하락세를 띠던 주식이 갑작스럽게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었다. 이 정보가 사실이었다니...


사실 이 주식을 사기 전에 나와 같은 사례가 있는지 찾아봤다. 인터넷에 미녀 홍콩 주식, 홍콩 주식 사기, 홍콩 미인계 등의 글들이 올라와있었다. 

인스타 및 다른 어플들을 통해 중국 여성분들이 접근해 온 사례는 검색하자마자 많이 나왔다. 비슷한 점들도 많았다.

  • 돈자랑을 한다.
  • 일상적인 이야기를 일주일 가량 진행 후 주식 이야기를 넌지시 꺼낸다.
  • 금융업에 종사한다.
  • 했던 이야기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등등

이런 접근을 통해 피해를 봤다는 글들도 많이 발견했다. 

중국에는 의도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리는 작전세력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거품이 많이 낀 종목을 만들고, 외국인에게 이 주식은 오를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매수를 추천한 후, 자신들은 비싼 값에 주식을 팔고 빠져나가는 방법을 통해 돈을 번다고 한다. 

이런 정보들을 보고 나서 나는 생각했다.

  • 정말 이 종목이 사기라면 어떤 타이밍에 그 세력들이 매도를 시작할 것인가?
  • 내가 매수를 한 후 언제까지 가격이 오를 것인가?
  • 내가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팔고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

처음에 백만 원을 투자했지만, 이렇게 가격이 오른다는 것을 확인하고 조금 더 투자하기로 했다. 적금을 깨서 800만 원 치 더 매수하고 그 소식을 라인을 통해 전달했다. 그러면서 친구에게 빌려준 돈 2500만 원을 받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친구에게 돈을 받으면 더 매수할 것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그랬더니 친구에게 언제 돈을 받을 수 있는지, 상세히 묻더니 돈이 생기면 바로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그때 난 생각했다.

'아직 작전세력이 빠져나가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있겠구나.'

실제로 가격이 많이 올라서 수익을 봤다. 언제까지고 계속 오르기를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매도하기로 했다. 이후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다면 사기가 맞고, 아니라면 그래도 돈 벌었다는 사실에 만족할 수 있으니까.

중국인 친구 몰래 매도 후,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지금도 이 돈 외에 더 끌어올 수 있는지, 기존에 한국에서 투자한 돈을 회수해서 여기에다 투자하라는 권유를 계속했지만, 더 큰 위험을 부담하기에 내 간이 너무 작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발을 담그기로 했다.

지금까지도 다른 데 투자하면 일주일 만에 10퍼센트를 벌 수 있느냐며 계속해서 이 주식을 사라고 권유한다.

이 친구가 정말 사기꾼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른다. 덕분에 돈을 벌긴 했으니까. 그래도 내 선택이 옳았으면 좋겠다.

 

2020/09/18 - [일상] - 홍콩 주식 사기 썰 (2)/주가 폭락/라인/위챗

 

홍콩 주식 사기 썰 (2)/주가 폭락/라인/위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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