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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홍콩 주식 사기 썰 (2)/주가 폭락/라인/위챗

 

라인이나 위챗, 인스타 등등의 어플을 사용하다 보면 모르는 사람이 친구 추가를 하거나, 말을 거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평소에는 귀찮아서 대답 안 하고 무시하는데 요즘 심심한 일상이 반복돼서 대화를 이어 나가봤다.

나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묻자 친구 추천으로 팔로우를 걸었다고 한다. 그렇게 거의 일주일 정도를 일상 이야기를 했었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취미가 뭔지, 주말엔 뭐하는지 등등

오전 10시쯤부터 시작해서 밤까지 꾸준히 연락이 온다. 난 보통 연락이 오면 바로바로 답장하는 타입인데, 너무 자주 연락 와서 알림을 꺼놓을 정도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기 돈 자랑을 시작하더니 투자로 매년 1억 5천 정도를 번다고 자랑하면서 주식 투자 권유를 시작했다. 자기가 은행에서 일하고 있으며, VIP를 위한 뜰 주식을 알려주겠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처음엔 믿지 않았다. 왜 그런 정보를 인스타 친구 추천에 뜬 사람에게 그냥 알려주겠는가. 그런데 자기도 그 주식을 샀다면서 인증 사진을 보내왔다. 

 

 

한화로 치면 약 1억 8천만 원이다. 이 창을 보여주며 자기도 샀으니 나도 얼른 사라고 부추겼다. 자기가 손해 볼 주식을 사겠냐는 말에 조금만 투자해보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특이한 점은 산 거래내역과 판 거래내역을 집요하게 묻는다는 점이다. 

 

 

사실 나는 2.19에 사서 저 사람 몰래 조금 높은 가격에 팔았다. 그런데 나중에 같이 팔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난 이미 주식을 판 이후였기 때문에 거래내역 들켜버렸다. 그랬더니 다음엔 그러지 말고 자기 말을 들으라고 화를 냈다. 

그러고 얼마 후 Rimbaco라는 종목이 뜰 것이라는 새로운 소식을 가져왔다. 1년에 두 번 있는 2주 만에 수익률 40퍼센트를 얻을 수 있는 종목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도 주식을 매수했으니 얼른 나도 매수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번엔 약 2억 6천만 원이다.

 

 

그런데 수상한 점은 왜 이 기업의 주식이 오를 것인지를 물어보면 대답을 회피한다. 어떤 점에서 이 기업이 성장할 것인지, 보유자금은 얼마이고 부채는 얼마인지 등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 그저 친구이기 때문에 좋은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라며 말을 돌린다. 내가 주식을 사는 건 자기에게 아무 이득이 없다면서. 

그저 자기는 가격을 끌어올리고 나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만 하면 된다고 한다. 나를 친구로 여기기 때문에 이렇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총 두 종류의 주식을 소개받았다. 첫 번째는 SUOXINDA, 두 번째는 Rimbaco다.

SUOXINDA는 실제로 3개월 만에 두배가 됐다. 나는 중간에 살짝 이득보고 빠져나왔지만 지금도 계속 오르고 있다. 왜 오르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가격이 꾸준히 오르길래 얘 말을 믿어도 되나 싶어서 조금 더 투자해봤다. 하지만 Rimbaco 주식을 산 후에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너무 근거 없이 투자하는 느낌이 들어서 다음 날 같은 가격에 수수료만 손해보고 팔았다.

 

 

그랬더니 온갖 욕(?)을 하기 시작했다. 뭔가 번역 프로그램으로 욕 들으니 기분이 애매했다. 나쁜 것 같기도 하고... 

 

월요일에 모든 고객에게 이 주식을 팔라고 통지했다?? 가격이 폭락한다는 뜻인가?

 이 와중에 거래 기록을 요청한다 ㅋㅋㅋㅋ. 진짜 거래내역이 중요하긴 한가보다.

 이렇게 대화가 끝났다. 금요일날 주식을 팔아치우고 마음 편하게 있다가 월요일에 주식을 확인해봤다.

월요일날 매도하라 얘기했다 하니까 가격이 내려가겠지... 생각하며 확인했다. 그랬더니 내 예상보다 더 큰일이 벌어졌다.

 

 

하루 만에 주가 -84% 하락이 가능한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홍콩은 우리나라처럼 하한가가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한 방에 훅 가는 수가 있다. 그 사실을 굳이 이렇게 위험하게 알 필요는 없었지만 어쨌든 주식의 세계는 이렇게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에 이런 일에 대해서 조금 알아보니 중국에는 작전세력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거래량이 적은 알려지지 않은 주식은 어떤 집단이 의도적으로 가격을 올리기 쉽다고 한다.

이 점을 이용해서 의도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가격을 올렸다가 외국인들에게 채팅으로 접근해서 주식을 사게 하는 것이다.

요 며칠간 하루의 거래가 언제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봤다. 항상 장이 마감할 때쯤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오른 가격이 다음날의 시작 가격이 되기 때문에 거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주식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누군가 채팅으로 접근해서 주식을 권유한다면 이 사실을 알아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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